일분 법문

사물의 조형적 특성

맹물훈장 2008. 12. 12. 07:03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서 이웃 동네로 가는 길목에
아주 늙고 큰 팽게나무가 서 있는데 그 나무아래
사람의 형상을 한 돌을 세워 놓았고, 정초에는 그 나무에
색동 그물을 처 놓고 무속인들이 밤에 제사를 지내고
그 귀한 떡을 한 덩이씩 놓아 두기도 한다.
그곳은 귀신이 있다고 지나기기를 꺼려해 무서움이 많은 나는
친구네 집에 가려면 멀찌감치서 서성이며 지나가는 사람들
기다렸다가 함께 따라 그곳을 지나 가기도 했다.
어느날인가 그곳을 지나가는데 거지가 땅 바닥에
주저앉아 그 굳은 떡을 맛있게 먹고 있는게 아닌가! 
"저 거지는 귀신이 무섭지도 않은가봐!"하며 
빠른 거름으로 걸으며 생각해 보니 
"귀신도 거지에게는 신경을 안 쓸꺼야 
불쌍하고 또 해꼬지 해 봐야 뭐 얻을게 없으니까..."
시내에서 우리 아파트로 들어오는 지름길이 있는데
지난해에 친구가 다른 모임에서 술을 과하게 들고
3차를 가다가 과속으로 뻐스와 충돌하여 6명이 사망했기에 
아내는 한 동안 그 길로 가기를 꺼려하여 
늘 200 미터쯤 돌아서 다녔다.
옛날 큰 길로 들어오는 산 모퉁이에 큰 바위가 있고
그 옆에 작은 초가집 주인은 바위위 소나무 그늘이 좋아
그곳에서 쉬기도하고 술도 마시고 눕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그런데 어느날 도력이 높은 스님이 찾아와서
이 바위에 불상을 크게 새겨 놓으면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불심이 생겨 마을에 재앙이 없어지고 평화로울
것이라 하여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그 후로는 초가집 주인은 그 바위에 올라가는 것 부터
조심스러워 졌다.
불상을 조각할 바위인데 함부로 올라가거나 그 위에서 술을 마시거나 
눕는다는 것은 죄를 짓는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돌은 그대로 그때 그 돌인데 말이다.
이런 것을 망상이라 한다.
강가에 새 집을 짓고 조경을 하느라고 늘 혼자
잠을 자고 가끔씩 집에 들어 오는데 그 조용한 곳에서는
가끔씩 꿍, 딱, 부시럭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무섭다고 그곳에서는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기에
"다 사물의 조형적 특성이야, 새 집을 지으면 목재가 마르고
힘 받는곳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제자리를 잡는 소리야."
이렇게 알려 주어도 습관화된 망상은 떠날줄을 모르는가 보다.
대개 옛날에 무지해서 신의 일로 알려졌던 기적적인 일들은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당연한 인과의 법칙인데 
우리는 그 원인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불교는 기적이란 본래 없는 것이며 다만 우리가 
그 원인을 깨닿지 못했을 뿐이라고 한다.
모든 사물은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다.
대나무는 곧게 자라는 특성이 있으며 등 나무는 구부러지는
특성이 있고 물은 수평을 이루려는 특성이 있다.
나무와 흙과 돌들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성이 있고, 이들이 결합과 분해의 과정에서 나오는 
알지 못하는 특성이 무한히 많은데
이것을 '최한기'는 기(氣)라고도 하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불성(佛性)이라고도 하고
'푸로드리히 니이체'는 사물의 조형적특성(造形的特性)이라고도 했다.
결국 도(道)를 깨친다는 것은 사물의 기(氣)나 성(性)이나
조형적 특성(特性)을 깨닿는 것을 말한다.
완전히 깨달았을 때 무지(無知)로인한 망상이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다. 
-----성담법사(맹물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