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분 법문
명당
맹물훈장
2009. 4. 11. 22:37
하루는 숙종대왕이 선비 차림을 하고 홀로 수원 쪽으로 민정 시찰을 나갔다. 말을 타고 천천히 냇가를 지나는데 저만치 에서 어느 농부가 지개에 관을 짊어 놓고 땅을 파는 게 아닌가. 숙종대왕이 이상히 여겨 가까이 가서 물어 보았다. "뭐 하고 계십니까?" 농부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젊어서 홀로되신 어머니가 중병으로 10 여년을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너무 가난하여 약도 한 첩 못써서 마음이 아프며 지관을 부를 처지가 못 되어 저 산 밑에 사는 치 거사에게 말했더니 이곳이 명당이라 일러 주기에 홀로 장례를 지내려고 한단다. 숙종대왕이 생각해 보니 농부는 순박하며 효성이 지극한데, 치 거사란 자가 괘심해 보였다. 장마가 나면 다 떠내려 갈 냇가에 묘 터를 잡아 주다니... 즉석에서 지필묵을 꺼내 편지를 섰다. "짐이 이르노니 이 편지를 가져가는 효자에게 쌀 300 가마와 모친의 묘를 쓸 명당자리을 잡아주도록 하라" 숙종은 편지를 접어서 농부에게 주며 수원 현감에게 전하라고 하고 산 밑 치 거사를 찾아 갔다. 깊은 산속 움막집에 도착하여 주인장을 여러 번 부르니 한 참 만에 괴죄죄한 차림에 늙은이가 나오는데 형색이 말이 아니다. "노인장께서 저 냇가에 묘 터를 잡아 주었소? 장마가 나면 다 떠내려 갈 게 뻔 한데 어찌 그런 못 쓸 짓을 하였소?" 노인은 선비를 보고 "개 코도 모르는 사람들이 따지기는 잘 하는구려 모르면 가만히 있으시오, 그 자리는 쌀 삼백 가마니가 들어오는 명당이란 말 이오" 숙종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러나 태연한 척하며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이처럼 시골에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살고 있습니까? 남의 운명은 잘 보면서 자신의 운명은 모르는 게 아니오?" 노인은"쥐뿔도 모르면서 뭘 자꾸 물으시오, 이 자리는 나라 임금님이 찾아 올 명당 중에 명당이란 말 이오" 숙종대왕은 다시 한번 놀랐다. 그럼 임금임이 언제 온다는 거요?" "잠시 기다리시오 내가 3년 전에 날자를 짚어 놓은 게 어디 있을 텐데..." 하며 방을 들어가 이것저것 뒤지더니 황급히 나와 엎드려 큰 절을 올리며 "바로 오늘입니다. 대왕님이 아니십니까?" 숙종은 후일에 그분을 불러 자신의 묘 터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 금은 보화를 내렸으나 치 거사는 지관으로서 적당한 보수만 받고 명당을 잡았는데 그 터가 지금 숙종대왕의 능이다. -----맹물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