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분 법문
우적가(遇賊歌)
맹물훈장
2013. 4. 25. 20:52

신라 말엽 원성왕 때 살았던 영재사(永才師)는 성품(性品)이 원만하고 유모어스러우며 재물(財物)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향가(善鄕歌)를 잘 했다. 그가 만년(晩年)에 남악(지리산)에 은거하려고 현대령을 넘으려는데 60여명의 도적을 만났다. 그들은 영재(永才)를 해치고 재물을 빼앗으려 칼을 그의 목에 들여대었으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자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그가 영재라고 말하자 도둑들은 평소에 영재가 향가(鄕歌)를 잘 한다는 소문을 들었으므로 지금 심정을 향가(鄕歌)로 지어 보라고 했다. 영재(永才)는 즉석에서 향가(鄕歌)를 지어 불렀는데 그것이 60인의 도적을 굴복시킨 유명한 우적가(遇賊歌)이다. 내 마음의 참 모습을 모르고 살았던 날들이 멀리 새 날아가듯 지나서야 깨달아 알고 이제 남악(지리산)에 가고 있노라. 다만 그릇된 너희들(破戒主)을 만나 두려운 세상(世上)으로 다시 돌아가랴. 이런 무기(칼)이야 아무렇지도 않은데 좋은 세월을 바라 살아감이 어떨까 비록 죽지만 아아! 오직 한 가지 한(恨)은 아스라한 은둔처에서 도(道) 닦기 전에 죽는 것이로다. 영재가 우적가(遇賊歌)를 부르자 도적들은 그 뜻에 감동되어 그에게 비단 두필을 선물했다. 영재는 웃으며 사양하고 말했다. "재물(財物)이란 지옥(地獄)의 근본(根本)임을 알고 장차 깊은 산으로 피해 일생을 보내려고 하는데 어찌 감히 받겠는가?" 도적들은 또 그 말에 감동되어 모든 검과 창을 버린 뒤 머리를 깍고 그의 제자가 되어 지리산에 은거(隱居)하여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맹물(성담)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