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취(詩)

언제부터 인가

맹물훈장 2023. 4. 21. 19:41

 

언제부터인가

 

                                      성담 / 유 해 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조금씩 철들기 시작했었나 보다.

아니, 처음부터 잉태한

그 영혼에 대한 꿈이

허상인 줄 알면서도

조금씩 키우고 있었나 보다.

 

흔히들 인연은 우연히 온다고 하지만

동질의 마음을 찾아 떠돌던

너와 나의 영혼이었기에,

필연이라 믿고 싶었나 보다.

 

중년의 사랑은 진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워,

모든 규제의 범위를 외면한 채

본능적 사랑에 충실하고 싶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성이 감성을 통제하며

우리는 조금씩 철들어 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얼마쯤의 세월이 흐른 지금

추억의 끝자락을 붙잡고 서성이는 그림자가

나 밖에 또 하나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아직은 외롭지 않으려고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가 보다.

한 잔 술을 마시고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음미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