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수정본
귀신은 어디에 있는가?
맹물훈장
2025. 5. 23. 17:52
한 스님이 으슥한 산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장난꾸러기 귀신은 스님을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머리 없는 사람으로 변해 갑자기 스님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스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넌 참 좋겠다. 머리가 없으면 골치 아플 일도 없을 테니까."
머쓱해진 귀신이 이번에는 몸뚱이가 없이 팔다리만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래도 스님은 여전히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몸이 없으면 오장육부도 없어 큰 병이 날 일도 없겠구나."
귀신은 다시 손발이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
"손과 발이 없으면 도둑질을 하려 해도 할 수 없으니, 관가에 잡혀갈 일은 없겠구나."
스님을 놀려주려다 도리어 놀림만 당한 귀신은
곧 잘생긴 남자로 변해 스님의 발 아래 절을 하며 말했다.
"스님은 정말 대담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스님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팔만대장경에 '숨어있는 참 향기로운 이야기' 에 나오는 것이다.
본래 귀신은 없는 것인데 우리 마음이 그려낸 허상일 뿐이다.
성인(聖人)은 어리석은 중생에게 인과법을 가르치기 위해 비유나 방편으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하였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연기법(緣起法)과 인과법(因果法)의 범위를 한 치도 벗어남이 없다는 것을
현대과학이 증명하고 있다.
세상에 일어나는 기이(奇異)한 사건의 원인(原因)도 지혜로운 이는
다 규명(糾明)할 수 있으니, 귀신 같은 허상(虛像)은 두려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