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피안(善惡의 彼岸)호반별장

선도 버리고 악도 버려라. 그것은 네 마음이 만든 것이니라.

본래 고요의 땅에 생명의 빛이..............

일분 법문

승부 수

맹물훈장 2015. 1. 7. 21:34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를 보는 깨임이 있다. 유교(儒敎)를 공부하여 벼슬에 오른 유생들과 불도(佛道)를 닦는 스님들의 논쟁이 그러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돋우며 잔머리도 굴려야 하니, 선비나 스님으로서는 위상이 손상되기 쉽고 혹시 논쟁에서 지게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낭주 고을에 '이고'라는 사또가 부임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또에게 인사를 다녀갔는데 이 고을 약산 유엄 대사는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대 선지식이라는 이름을 들었으니 겸사겸사 만나자고 전하였으나 거절을 당했다. 대게 사또가 부르면 백성으로서 냉큼 달려와야 하는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오지 않으니 화가 치 밀었다. 그러나 점잖은 체면에 드러내 놓고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하여 한 번 찾아가서 콧대를 꺾어 놓고 버르장머리도 고쳐놓고 한 수 가르쳐줘야 하겠다. 고 산사(山寺)로 찾아갔다. 미리 기별을 넣었는데도 일주문 앞에 마중 나온 사람이 없으니 사또는 화가 머리 끝 까지 났으나 또 참고 천천히 걸어서 방장 앞 까지 갔다. 그런데도 선사는 내다보지도 않으니 시자가 겁에 질려 스승님께 사또님이 오셨다고 큰 소리로 알렸다. 그제 서야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시라는 인사를 받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또는 선사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 자세히 보니 키도 작고 옷도 누더기를 입고 남루하여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꾀죄죄한 늙은이에 불과해 보였다. 기대에 못 미치는 인물이라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와서 얼굴을 보니 듣던 것만 못 하구려,"라고 한 마디 툭 던졌다. 사또는 젊잖게 하느라 했지만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 아닌가? 선사는 그렇다고 열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심도(深道)한 불법(佛法)을 골라 법문을 한들 사또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사또께서는 어찌 귀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눈은 천하게 여기십니까?" 이 말 한방으로 이미 승부는 끝났다. 본래 선근(善根)이 있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또는 그제 서야 두 손 모아 합장하며 가르침을 청하였다고 한다. ---맹물/성담 유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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