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피안(善惡의 彼岸)호반별장

선도 버리고 악도 버려라. 그것은 네 마음이 만든 것이니라.

본래 고요의 땅에 생명의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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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공(無鼻孔)

맹물훈장 2019. 5. 17. 14:17



경허스님은 많은 제자들에게 유명한 설법(說法)하셨으나, 전염병이 창궐하는

천안 지역을 지나다가 갑자기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꼈다.

그동안 생사(生死)를 벗어나는 법(法)을 중생들에게 가르쳤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보니 자신이 겁먹고 있음을 느끼고 정작 나 자신이

생사(生死)에 허덕이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스님은 동학사에 돌아와서 모든 대중들에게

"그동안 내가 설(說)한 소리는 모두 허튼 소리다 대중들은 모두 자신의

근기와 인연에 따라 찾아가라."고 말한 뒤 문을 걸어 잠그고 정진했다.

 

어느 날 사미가 마을에 내려갔다가 어떤 스님이

무비공(無鼻孔=콧구멍이 없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뜻이냐고 경허스님께 여쭈었다.


스님은 이 소리를 듣자마자 확철대오(確哲大悟)하시고, 오도송을 읊었다.

홀문인어 무비공(忽聞人語 無鼻孔),

홀연히 콧구멍 없다는 말을 듣고,

돈각삼천 시아가(頓覺三天 示我家),

비로소 삼천대천세계가 내 집임을 깨달았다.


선사의 깊은 깨달음을 내가 어찌 다 알리 오마는, 콧구멍이 없다는 것은

존재는 하지만 숨을 쉬는 것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 라는 뜻이 아닌가?

모든 사물이 연기에 의해 한시적 취산(聚散)하는 것이니

자연의 원소가 모여서 내가 되었고, 내가 흩어지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의미가 아닐까?


죽음이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형상이 바뀌는 것이다.

내 몸을 이루었던 원소는 죽어도 이 지구상 어딘가에 있어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는 다른 형상의 자양분이 되어 나타나니, 나는 살아도 지구에 있고

죽어도 지구에 있는 것이 된다.

그러니 열역학의 에너지 보존법칙을 온전히 이해하여,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인지(認知)하는 것이 생사(生死)를 초월(超越)한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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