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인도에서 이웃 나라로 향하던 큰 상선이 항해도중 풍랑으로 침몰하였다.
이때 유일한 생존자인 '바히야'는 나무 판자를 붙잡고 몇 칠을 표류하다 작은 항구에 닿았다.
그는 옷이 다 찢어져 벌거숭이가 되였는데 붙들고 온 나무판자로 몸을 가리고
찌그러진 그릇을 하나 주워 앞에 놓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앉아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먹을 것과 입을 것과 돈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바히야'는 옷을 입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옷을 입고 있으면
보통 거지로 볼 것이지만, 깨달은 수행자(아라한)인척 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돈과 음식은 물론 경배까지 하고 가는 것이다.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그는 마침내 자가가 아라한 이라고 착각하고
스스로 그 일을 즐기고 있는데 어느 날 꿈에 죽은 친구가 나타났다.
"친구여! 그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죄를 저지르는 일이니 그만 두고
진짜 아라한이 되는 수행을 하라." 고 했다. '바히야'는 인정하면서 그런 아라한이 되려면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데 세상에 어디 그런 훌륭한 스승님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세상에는 진정한 깨달음을 성취한 석가모니 부처님이
지금 기원정사에 계신다고 일러주었다. '바히야'는 즉시 부처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바히야여! 네가 어떤 것을 볼 때 네 마음이 보고 있는 그 자체에 집중하고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라.
또 네가 어떤 소리를 들을 때 듣는 그 자체에 마음을 집중시키고 분명히 그것을 인식하여라.
그렇게 하면 그것들이 다 네 마음의 상대일 뿐임을 알아 거기에 어떤 분별을 일으키지 말고
애착이나 싫어하지도 말아야 하느니라." 이 법문을 듣고 '바히야'는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다만 불 뿐, 다만 들을 뿐, 남보다 더 많이 알고는 있되 그것으로 스스로 분별하거나
남에게 시비하지만 않는 다면 평범을 초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남의 위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세상에서 더 어려운 일은
옳으면서도 저 주는 것이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남의 잘못을 뒤집어쓰는 일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