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운 겨울에 산 짐승들은 뭘 먹고 살까?
토끼는 굴속에서 잠자며 눈밭을 헤치고 마른 풀잎을 뜯어 먹고
너구리와 오소리는 곰처럼 겨울잠(동면)을 자며,
다람쥐는 가을에 열심히 물어다 저장해 놓은 밤과 도토리를
조금씩 아껴 먹으며 겨울을 지난다고 한다.
오래전 오대산 지장암에 살던 한 비구니 스님이 추운 겨울 다람쥐가 가는 곳을
살금살금 따라가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굴을 파 보았다.
그곳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도토리와 알밤이 한 말 정도있어
"이게 왼 횡재냐" 하고 도토리묵을 해 먹으려고 모두 꺼내 왔다.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신발을 신으려고 보니 다람쥐가 어린 새끼들과 같이
신발을 물고 죽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큰 충격을 받았다.
겨울 양식을 모조리 빼앗긴 다람쥐가 양식을 가져간 곳을 찾아
신발 냄새를 따라 왔다가 원한에 찬 마음으로 신발을 물고 있다가
추운 겨울이라 모두 얼어 죽었으니 이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그 비구니는 뒤늦게 자신의 허물을 크게 깨닫고 자책하며
그 다람쥐 가족을 위해 다음 생에 좋은 곳에 좋은 생명을 받아 태어나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7번에 거처 49재를 지내 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실화로 스님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인간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이 다 함께 따뜻한 봄볕과 시원한 소낙비와 아름다운 자연을 공유하며,
배불리 먹고 저들끼리 사랑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들만을 위해 모든 생명 위에 폭군처럼 군림해
통제하며, 그들을 마구 잡아먹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모든 생명체는 인간들 때문에 못살겠으니, 인간들만
모두 지구에서 떠나기를 그들의 신(神)에게 간구(懇求)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