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난한 마을 암자에 늙은 스님이 한분 계셨는데 평소에 남의 부탁이라면 자기 일을 중단하고 뭐든지 다 해결해 주는 성격이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어려운 일은 물론 사소한 작은 일도 다 스님께 부탁하여 하루도 맘 편하게 쉴 틈이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참선을 한 일주일쯤 해 보고 싶었는데 그 일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 날 저승사자가 찾아 왔다. 저승사자는 스님의 이름을 부르며 가자고 재촉한다. 스님은 저승사자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내가 죽기 전에 일주일만이라도 참선을 해 보면 여한이 없겠는데 지금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니 일주일만 여유를 주십시오" 사정을 듣고 난 저승사자는 일주일후에 다시 온다고 하며 돌아갔다. 그 후 스님은 열심히 참선 수행을 시작했다.. 이것저것 다 미루어 놓고 문을 잠그고 오로지 참선 삼매에 몰두해 밤낮으로 수행 정진해 6일이 지나니 드디어 적정 삼매에 들었다. 마음이 고요하고 그 무엇에도 정신이 흔들리지 않아 무념 무심 삼매에 깊이 들어간 것이다. 저승사자가 7일 만에 스님을 찾아왔다. 그러나 수님은 거기에 없었다. 저승사자는 사방팔방을 뒤져 보았으나 스님은 어디로 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 포기하고 돌아갔다. 스님은 분명 그 방 안에 앉아 있었는데 저승사자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귀신은 사람의 형체를 보고 식별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보고 식별한다. 마음이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면 귀신은 즉시 알아차리는데 스님이 무년무심에 들어가 움직이지 않기에 찾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올바른 수행을 한다 해도 무엇을 얻거나 되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 이는 마음이 계속 움직이는 것이니 귀신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수행은 과거의 행위를 뉘우치고 고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지, 무엇을 얻으려는 마음이나 부처가 되겠다는 생각일 지라도 버리지 못하면 아무리 수행을 한다 해도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내는 것이 된다. ------맹물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