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마음을 낮추고 비우는 하심(下心)이
수행자로서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은 보이는 물건이 아니기에. 담을 수 있는 그릇도 없는데
어떻게 낮추고 비우라는 것인가?
원효스님이 하심을 수행하실 때, 어느 시골 사찰을 찾아가서
신분을 말하지 않고 행자생활을 자처하여 3년간 공양간 일을 맡아 하겠다고 했다.
나무 짐을 지고,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스님들이 시키는 대로
심부름을 열심히 하였다.
어느 날, 여러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을 기웃 거리다 보니 자신이 써 놓은
'금강 삼매경론'을 주지스님이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학승이 닥아 와서 "네놈이 무었을 알겠다고 스님들 공부하시는데
기웃거리느냐? 썩 물러가 청소나 하거라."하는 것이었다.
"예, 알겠습니다."하며 고개를 숙이고 나오면서
속으로 저 '금강 삼매론'은 내가 쓴 것인데.......
그리고는 바로 내가 하심을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을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정보통신이 발달하지 못해 원효가 곁에 있어도 누구인지 몰랐다.
3년간 수행을 마치고 주지스님께 3배를 드리고 저만치 일주문을 걸어 나오는데,
등 뒤에서 "원효야 잘 가거라."하시는 목소리가 들렸다.
원효는 깜짝 놀라 돌아서서 다시 삼배를 올리면서 그동안 자신의 하심(下心)수행을
도와주신 주지스님께 한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하심(下心)은, 욕심을 내지 않으며, 화 내지 않으며, 남을 비방하지 않고,
자기 자랑을 하지 않으며, 겸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을 낸다면
그것이 진정한 하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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