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한 그루의 나무가 의식(意識)을 같게 된다면
그 나무는 자신을 다른 나무들과 구분되는 자아(自我)로 의식할 것이다.
나무는 자신을 자기 뿌리와, 줄기와, 잎과, 열매를 포괄하는 단일체로 의식하면서
그 자신을 자기 주위의 모든 것과는 구분되는 것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나 연기(緣起)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나무의 자기의식은
자기 자신의 존재 배경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허구(虛構)의 의식일 뿐이다.
왜냐 하면 그 나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그 옆의 나무로 부터 떨어진 씨앗이 땅으로 부터 얻은 양분과 수분,
공기로부터 취한 산소와 이산화탄소, 태양의 빛 등이기 때문이다.
의식(意識)을 가진 나무는 자기 자신을 자기 주위의 모든 것들과 구분하여
그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라 여기겠지만 실제 그 나무는
자기 아닌 것들로 인해 나무가 된 것일 뿐이다.
실체론적(實體論的)으로 설정된 나무의 자기의식이 허구라면
인간의 자아의식(自我意識) 또한 그와 마찬 가지가 아니겠는가?
내 몸 바깥의 빵을 '나'라고 하지 않는다면, 그 빵을 먹어서 된 나의 몸도
'나'라고 할 수 없으며 내 생각 밖의 특정 이념을 '나'라고 하지 않는다면,
그 이념을 받아들여 형성된 나의 생각도 '나'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자세히 보고, 생각하고, 분해해 보면, 모든 존재가 다 연기(緣起)에 의한
한시적 존재이므로 무상(無相)하고 공(空)이므로 비아(非我)라고도 한다.
한시적(限時的) 존재란 연기(緣起)의 순환(循環)을 의미하며
그것은 근원적 시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연기의 법칙은 멸(滅)이 또 다른 생(生)의 자양분(滋養粉)이 되므로
연기의 순환은 원(圓)과 같이 시작과 끝이 없다.
현대 과학과 물리학, 열역학 에너지 보존법칙과 엔트로피 증가현상의 경이로움에,
신(神)은 서 있을 자라를 잃은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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