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가 성적(性的) 접촉 없이 순결한 임신을 하여 아기를 낳았다면,
세속(世俗)에 물들지 않아 원죄(原罪)가 없다하여 완벽한 신(神)의 아들로 간주하여,
성인(聖人)으로 존경받던 시대이 있었다.
서양의 설화(說話)와 유사한 일들이 중국이나 한국 불교에도 있었다.
중국의 초조(初祖) 달마대사의 법맥을 이어받은 5조 '홍인'스님의 탄생설화는,
늙은 소나무 도인이 법을배워 중생을 제도하겠다고 '도신' 스님에게 말하니
당신은 너무 늦었으니 금생은 안 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소나무 도인은
빨래하는 처녀에게, 내가 들어가 쉬었다가 가겠다고 말을 했는데,
그 처녀가 잉태하여 낳은 아이가 '홍인'이라 했다.
한국 불교사에도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스님의 탄생 설화는
실증적(實證的)인 지역과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기록들이 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차천(車泉)이라는 맑은 샘물이 있다.
고려 중엽 이 마을에 배(裵)씨 성을 가진 호장(戶長)이 살았는데
어느 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獄)살이를 했다.
그에 무남독녀 딸이 효성이 지극해 차천(車泉) 샘물로 매일 밥을 지어 옥(獄) 바라지를
했는데, 하루는 샘물에 떠 있는 오이를 먹고 임신을 하여 옥동자를 분만하였다고 한다.
옥에서 풀려난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멀리 정자나무 아래에 아기를 버렸다.
그러나 너무 안쓰러워 이튼 날 가 보니 하얀 백학이 아이를 품고 있기에 귀한 사람인줄 알고,
다시 데리고 와서 주어 온 아이라고 동내 소문을 내고 딸에게 키우도록 하였다.
어느 날 탁발승이 범상치 않은 아이의 눈빛을 보고 출가하면 큰 인물이 될 것 같아
간청하여 절로 보냈는데 그 아이가 진각국사 '혜심'스님이었다.
신라 말기 풍수의 대가인 선각국사(先覺國師) '도선'스님도 비슷한 탄생설화를 지닌
동정녀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또 '굴산'산문 개조(開祖)
범일국사(凡日國師)도 한 양가 처녀가 석천(石泉)물을 먹고 잉태하여 14개월 만에
옥동자를 낳았는데 그가 곧 '범일'이라는 것이 강릉의 사료인 임영지(臨瀛誌)에 있다 한다.
사실(事實)은 그 시대에 많은 사람이 옳다고 인정하는 일들이고,
진실(眞實)은 시대와 풍습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지구의 탄생이 태양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고 했고,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간다는 천동설(天動說)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실(事實)이 아니고
진실(眞實)도 아니 게 되었다. 21세기 과학 시대에 사는 우리는 기적을 믿거나 바라지 말자.
진리는 그런 것에 있는 게 아니라 보편타당한 자연의 인연(因緣)과 연기(緣起)에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인과(因果)의 법칙을
신본주의(神本主義)는 신(神)의 일로 해석하는 게 아닐까?
성인(聖人)의 탄생 설화(說話)나 신화(神話)는 그 시대의 영웅을 존경하기 위해 과장한
정신적 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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