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이 큰스님은 대중을 불러 모아놓고
"이분은 내 고향(故鄕)에서 오신 분이니 정성을 다해 편하게 해 드려라."고 하신다.
대개 사찰에 오시는 분들은 큰 스님 뵙기를 원하고 상담을 마친 후에
늦으면 하룻 밤 쉬고 가시는 데 오시는 손님마다 고향에서 오신 분이라 하시니
동자승은 믿기지 않아 하루는 스님께 여쭈어보았다.
"큰 스님! 스님은 고향이 어디세요?
스님은 오시는 손님마다 고향에서 오셨다고 하시니 궁금합니다."
동자승이 묻자 큰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그대는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나? 나도 그곳에서 왔다네."
그렇다, 인간의 본향(本鄕)은 다 같은 곳이 아닌가?
태어나기 이전에 우리가 있던 곳이 고향이라면 어찌 인간뿐 이겠는가?
이 세상에 존재(存在)하는 모든 생명(生命)의 본향(本鄕)도 그곳일 진데,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의 근본은
지, 수, 화, 풍(地水火風) 4대 원소가 인연(因緣)에 의해 화합한 것이라 하셨다.
그래서 천지여아동체(天地與我同體)요,
만물여아동질(萬物與我同質)이니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라고 설(說)하셨다.
내 앞에 놓인 과일이나 생선이나 고기 같은 음식물도
내가 먹으면 내 몸이 되는것이니 이것이 다 신외신(身外身)인 것이다.
즉 내 몸 밖에 내 몸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존재는 한시적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취산(聚散)이라는 것을
알고 느낀다면, 도(道)의 절반을 깨달은 지성인(知性人)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