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자님이 정성껏 만든 곡차와 파전을 경허스님께 가져왔다.
평소에 즐겨하시는 공양물이라 경허스님은 만공스님을 불러
마주 앉아 한 잔씩 따르고,
"자네는 곡차와 파전이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물었다.
"소승은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습니다."했다.
만공스님의 이 말에
"자네는 도력(道力)이 높아서 그렇겠지만, 나 같으면 말이야
정성을 다해서 밀 씨와 파 씨를 구하고,
정성을 다해서 밭을 갈고 씨 뿌리고 거름 주어,
정성을 다해서 가꾸어 누룩을 만들고 곡차를 빗고,
정성을 다해서 파전을 부처 행복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겠네.”
이 말에 만공스님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수행자는 흔히 무슨 일을 하려면
"이것이 집착이란 틀에 걸려 있지나 않나?" 하고 조심하는데
그 틀을 깨어 버리는 경허선사의 끝없는 초월의 삶이
도(道)를 말해주고 있다.
언젠가 여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의 잘못을 보고
"아름다움을 위해서 하는 행위는 무죄다." 라고 멋진 해석을 한
그 아름답고 너그러움이 우리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정성을 다해서,
아름다움을 위해서,
살아가는 삶이 어찌 도(道)가 아니겠는가?
-----성담(맹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