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자주 내리는 인도에서는 여름철 3개월 동안은 하안거(夏安居)라 하여 스님들이 만행(漫行)이나 탁발을 하지 않고 집중적으로 공부나 참선(參禪) 수행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안거(4/16~7/15) 3개월과 동안거(10/16~1/15) 3개월 동안은 도(道)를 깨치기 위해 선방(禪房)에서 공부를 하는데 이 기간에 탁발을 다니는 스님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는 분들이다. 어느 선방(禪房)에서 100 여명이 넘는 스님들이 하안거 수행(修行)을 하는데 자주 물건이 없어져서 모두들 불안해하며 방장 큰 스님께 아뢰었다. 방장 큰스님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설혹 있다 하여도 자기 관리를 잘 하면 된다고 하셨다. 몇 칠이 지나지 않아 그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에는 손버릇 나쁜 스님을 찾아내어 방장 큰스님께 알리고 같이 수행할 수 없으니 이자를 추방해 달라고 했다. 방장스님은 내가 특별히 가르쳐 고치도록 할 터이니 한반만 용서해 주자고 하신다. 그런데 일주일도 되기 전에 또 물건이 없어졌다. 스님들은 수행이 안 되니 도저히 못 참겠다고 손버릇 나쁜 스님을 내 보내 달라고 청원했다. 그런데 큰스님은 한 번만 더 참고 기다려 보자고 스님들을 설득했다. 얼마 가지 못해 또 손버릇 나쁜 스님은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혀 방방스님 앞에 무름을 꿇리게 하고 백여 명의 스님들이 성토를 했다. "큰 스님! 이자를 추방하지 않으면 우리 수행승들이 모두 다 떠나겠습니다." 방장스님은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하시더니 "정 그렇다면 모두 떠나거라."하신다. 스님들은 깜짝 놀라며 이럴 수 가 없다고 하며 우리 착한 백 명의 스님 보다 저 손버릇 나쁜 도둑스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따졌다. 큰스님께서는 "나는 지극히 불쌍하고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濟度)하여 올바른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여러분들은 내가 없어도, 이곳이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나 바르게 잘 살 수 있지만, 저 어리석은 스님은 이곳을 나가면 머지않아 유치장으로 들어갈 것 같아 차마 내 보낼 수가 없구나, 끝까지 내가 가르쳐 올바른 사람으로 만들어 보는 수밖에 없다."하신다. 이 말을 들은 모든 수행자들은 방장스님의 큰 뜻을 이해하고 손버릇 나쁜 스님을 용서하고 잘 보듬어 함께 올바른 수행을 잘 마쳤다고 한다. 이웃의 잘못을 보고 처벌을 권장하기 보다는 연민(憐憫)의 정으로 이해하고 다가가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화하여 주는 것이 이 사회를 더욱 밝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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