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을 당할지라도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聖人)이 말씀하시되
억을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경로를 삼으라."하였느니라.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에 있는 말씀이다.
불심(佛心)이 깊은 아가씨가 어쩌다 임신을 하고 말았다.
그것을 알게 된 완고한 아버지가 화가 치밀어 죽여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애의 아비가 누구냐고 딸애를 족쳤다.
당황한 딸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덕망이 높아 만인의 존경을 받는 젊은 스님의 이름을 댔다.
아버지는 딸애의 말을 곧이듣고 그 스님을 찾아가 마구 다그치며
각가지 욕설과 악담을 퍼 붓자,
그 말을 다 듣고 난 후에 스님은 "아! 그래요?"라고 한 마디만 했다.
몇 달이 지난 후 아기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아기를 안고 스님을 찾아가
"당신 자식이니 당신이 키우시오!" 하며 건너 주었다,
스님은 "아! 그래요? "하고는 아기를 받아 매일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키우니,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동네방네 퍼져 스님을 존경하던 사람들이 모두가 욕을 하며 돌아섰다.
몇 달이 지난 후 아기 엄마는 그동안 자신이 거짓말 한 것이 양심에 가책이 되어
괴로워하며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아버지! 내가 친 아비인 총각을 말하면 아버지가 그냥두지 않을 것 같아
스님의 아이라고 거짓말을 했으니 용서해주세요"라고 털어 놓았다.
아버지는 크게 후회하며 스님을 찾아가 무릎 꿇고 엎드려 빌었다.
"스님 그동안 제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아기를 주십시오."라고 말하니
"아! 그래요?"하며 아기를 돌려주었다.
소문은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그 스님은 더욱 덕망이 높은 선사(禪師)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