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모든것을 휩쓸어 간다.
본래 개체는 인(因)이고 주변 정세는 연(緣)이 되어 인연(因緣)이 일어나는데,
넓게 보면 공업(共業)으로 인한 공과(共果)는 큰 폭으로 나타나니
아무리 선인(善人)이라 할지라도 전염병이나 전쟁(戰爭)같은 재앙은 피할 수가 없다.
1950년 6. 25사변이 났고 유엔군의 도움으로 9.28 수복을 하였으나,
중공군의 10만 대군을 지원받은 북한이 인해전술로 북쪽에서 밀고 내려오니,
우리 국군과 유엔군은 퇴각하면서 작전상 오대산의 전 사찰과 인근 민가가 소각 대상이 되었다.
오대산에 있는 대부분 사찰의 승려들은 남으로 피난을 떠났고,
'한암' 스님은 시자 몇 명과 상원사를 지키고 있었는데, 새벽에 국군 부대원들을 이끌고
상원사를 찾아온 장교는 절을 소각해야 하니 모든 스님은 피난을 가라고 명령했다.
한암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며 가사와 장삼으로 갈아입고는
법당으로 들어가 부처님 앞에 정좌하며 장교에게 불을 놓아도 좋다고 하셨다.
장교는 깜짝 놀라며 "스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작전상 명령입니다."
한암은 말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요. 제자가 스승님이 불에 타는데 도망을 간다면,
제자가 해야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함께 있을 터이니, 당신은 어서 당신의 도리인 불을 지르시오."
장교는 한암에 인격과 거룩한 성자의 모습에 압도되어,
부하들에게 법당의 문짝만 떼어서 마당에 놓고 불사르게 하고 물러갔으니
이때 수많은 사찰과 민가가 전소되고 상원사만 살아남았다.
그 후 2달쯤 지난 어느 날, 한암 스님은 열반하실 날짜를 확인한 후 가사와 장삼을 찾아서 입고,
선상(禪想)에서 단정히 좌탈입망(坐脫立亡)하셨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시고 속명은' 방 중원'이고 '한암'은 법호이다.
21세에 출가하였으며 불교 조계종 초대 종정으로 추대 되었고,
세수 75세 법랍 54세, 은법 제자로 난암, 보문, 탄허 스님 등이 있다.
이 시대에도 목숨을 받쳐가며 부처님 제자의 소임을 다 하겠다는 스님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