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가난한 사찰에서
유명한 노(老)스님이 중병을 앓고 있었다.
기력이 점점 쇠약해져 일어나 앉을 수도 없는데 가난한 절 살림이라서
보약 한 첩 못 쓰고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하루는 젊은 공양주 스님이 호미와 바가지를 들고 나갔다 와서
노스님께 국을 끓여 드렸는데 그날은 식사를 잘 하시었다.
젊은 스님은 매일 같은 국을 끓여 드렸고 스님은 원기를
차츰 회복하시어 한 달 만에 완쾌되셨다.
하도 신기하여 도반들이 무슨 국을 끓여 드렸기에 스님이 회복 되였느냐? 고 물었다.
공양주 스님이 토룡탕(지렁이)이라고 말하자 스님들이 깜짝 놀랐다.
"아니! 살생을 하지말라는 것를 첫 번째 계율로 받은 스님이 계율을 어겼으니 큰일 났다"
이제는 파계승이 됐으니 절을 떠나야 한다고들 야단이다.
젊은 공양주 스님이 내 생각은 다르다며 말했다.
"나는 두 가지 공덕(功德)을 지었습니다. 하나는 유명한 노스님을 살린 것이요.
또 하나는 평생을 지렁이로 살다가 날 짐승들의 먹이가 될 지렁이가
소신공양(燒身供養)하여 스님을 살리는 인연을 내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지렁이가 다음 생에는 좋은 생명을 받을 것이므로 두 가지 공덕을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들은 스님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놀랄 뿐이었다.
고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
지범개차(持犯開遮)하라고 설(說) 하셨는데,
이는 계율에 얽매이지 말고 때에 따라서는 열기도 하고 막기도 하라는 뜻이다.
즉 크게 생각하면 대의(大義)을 위해서는 소의(少義) 양보를 권하듯이,
그래서 원각대사는 세속 5계에 '살생유택'를 넣어 화랑에게 가르쳤고,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와 '사명당'은 나라를 위해 승병(僧兵)을 일으켜 왜적과 싸웠다.
주(柱)
공양주(供養主)스님 = 절에서 밥을 짓는 소임을 맡은 스님.
소신공양(燒身供養) = 자기몸을 불태워 부처님께 바치는 것.
지범개차(持犯開遮) = 법을 지키되 선(善)을 위해서는 때로 열고 닫을 줄 알라.
세속 5계(世俗五戒) = 1). 事君以忠(사군이충).임금을 충성으로 섬긴다.
2). 事親以孝(사친이효). 어버이를 효도로 섬긴다.
3). 交友以信(교우이신).벗을 믿음으로 섬긴다.
4). 臨戰無退(임전무퇴).싸움에 임해서는 물러나지 않는다.
5). 殺生有擇(살생유택).산 것을 죽일 때는 가려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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