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부잣집에 온순하고 부지런한 계집종이 있었다.
하루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콩을 털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 집에서 기르는 숫양이 털어놓은 콩을 한 말쯤 먹어버렸다.
그 사실을 주인이 알고는 계집종을 호되게 나무라니,
계집종은 화가 나서 주인이 없을 때면 숫양을 막대기로 때렸고
숫양은 뿔로 들어 받으며 자주 싸우게 됐다.
한 번은 밤중에 계집종이 등불을 들고 부엌으로 가는데 숫양이 보니
손에 막대기가 없기에 이때다, 하며 달려들어 뿔로 들어 받았다.
갑자기 당한 계집종은 당황하여 등불을 양에게 던졌다.
숫양은 털에 불이 붙자 뜨거워 이리저리 날뛰며 집안을 돌며 구르다가
마을로 뛰어나가 돌아다니다가 산속으로 달아났다.
부잣집은 이곳저곳에 양털에 붙은 불똥이 떨어져 순식간에 다 타 버리고
마을도 타고, 들과 산에까지 불이 번져 산짐승까지 다 타 죽어버렸다.
계집종과 숫양의 작은 싸움이 크게 번져 평화롭던 마을이 온통 불바다가 된 것이다.
어린아이 싸움이 커져서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옛 속담에 새우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고
화내며 싸우는 곳에는 머물지 말며 참견하지도 말라 했다.
화냄과 다툼이 때로는 주변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어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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