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선사(禪師)가 선화(禪畵)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옆에 먹을 갈며 그림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수제자가 앉아
근심스러운 얼굴로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스승은 완벽한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붓을 놓지 못하는 성격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림이 완성되지 않아 스승은 땀을 뻘뻘 흘리다 가
먹물이 다 없어진 것을 보고 제자에게 밖에 나가서 먹물을 갈아 오라고 했다.
잠시 후 제자가 먹물을 들고 들어오니 스승은 그림을 완성시켜 놓고
흐뭇한 얼굴로 쉬고 있는데, 그림은 근래에 보기 드문 훌륭한 작품이였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완성시키셨습니까?" 라고 물으니,
"네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니 평상심(平常心)을 잃고 완벽하게 그리려고
애쓸수록 그림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다.
자유로이 숲과 계곡을 누비던 산짐승(토끼,사슴)이 인기척이 나면
고개를 처 들고 포식자를 생각하는데 그 순간 이미 자유(自由)는 상실되고 만다.
주변을 의식(意識)한다는 것은 나의 근원(根原)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유난히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는 곳에
시선이 머물게 되는데, 대개 그런 작품은 작가의 진실 된 삶이 작품 속에 스며있다.
자연의 순수함을 완벽하게 보고 경이로움을 느끼는 작가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맹물(성담)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