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이 근무하는 시골학교에 교직원이 20여명 정도 된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어느 날 호반에 있는 아빠 별장을 구경시켜 드린다고 딸애가
교직원을 초대하며 야유회를 하였다.
모두들 즐거워 하셨고 다락방 겔러리를 구경하신 교장 선생님께서는
청천세심(淸泉洗心)이란 가훈을 한 점 써 달라고 부탁하셨다.
맑은 샘에 마음을 씻는다는 뜻이니, 문득 요순시대에 귀를 씻었다는 허유(許由)의 생각이 난다.
허유(許由)는 요순시대에 품덕(品德)이 고상하고, 재주가 있고, 지혜(智慧)뛰어난 현인(賢人)이었다.
태평성대를 이룬 요임금은 허유가 자신보다 뛰어남을 알고 왕의 자리를 양보하였으나
허유는 내가 왕이 되어도 지금보다 더 낳을게 없다면서 '기산'으로 들어가 은거하였다.
요임금이 다시 찾아와 그럼 9개주의 장관이라도 맡아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또 거절하고
허유는 귀가 더러워 졌다고 양수 유역에 나가 귀를 씻었다.
그때 허유의 친구 소부가 소를 몰고 와 물을 먹이려다 위에서 귀를 씻는 허유를 보고
영수의 물이 오염되었으니 소에게 먹일 수 없다고 소를 끌고 맑은 물을 찾아 갔다고 한다.
맑은 샘에 마음을 씻으려는 그 마음이 교장선생님의 인품을 잘 드러내 보인 것 같다.
정성을 드려 작품을 써 딸에게 주었고, 딸애는 표구를 하여 교장선생님께 드렸더니
즉시 교장실에 걸어두고 만족해하시며 아버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해 드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하셨다고 한다.
-----맹물(성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