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 하면 숙종 때 많은 일화를 남긴 박문수가 생각난다. 그가 민심을 살피려고 경상도 안동 어느 시골길을 걷다가 날이 저물었다. 캄캄한 밤 인가를 찾아 헤매다가 불빛을 보고 산밑 외딴 초가집에 들어갔다. 어사는 산중에서 길을 잃었으니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청하였는데, 방 안에서 젊은 여인이 "지금은 남편이 출타 중이어서 혼자 있으니 외간 남자를 재워줄 수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 보시오."라고 한다. 지칠 대로 지친 어사는 더 이상 걷을 수 없다고 계속 사정을 하니, 여인이 방으로 들어오시라 하고 밖으로 나가더니 밥상을 차려왔다. 배 곱았던 어사는 순식간에 식사를 마치고 보니 여인이 절세미인이었다. 여인은 "우리집은 좁은 방 한 칸이라 도저히 재워줄 수 없지만 선비님의 사정이 딱하니 아랫목에 주무시고, 저는 윗목에서 잘 터이니 절대로 선비의 도리를 저버리시면 안 됩니다." 라고 다짐을 받았다. 어사는 집을 나 온지도 오래 되었는데 예쁜 여인이 곁에 누었으니 잠이 오지 않고 속으로 욕정이 끓어올라 참을 수가 없어 잠결에 돌아눕는 척 하며 여인의 허벅지에 다리를 언졌다. 여인은 다리를 들어 살며시 내려놓으면서 "잠버릇이 나쁘군요."한다. 어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여인을 꽉 껴안았다. 여인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엄한 어조로 "여보시오! 선비님! 일어나 앉으시오. 사정이 딱해 재워줬더니 선비의 채통을 저버리고 유부녀를 농락하려 하다니! 냉큼 밖으로 나가 회초리를 해 오시오!" 정신이 번쩍 들은 어사는 시키는 대로 울타리의 싸릿가지를 뽑아 오니 여인은 어사의 종아리를 걷으라 하고 세차게 때려 종아리에서 피가 흘렀다. 여인은 고운 천으로 어사의 종아리를 감아주며 "이 피는 부모로부터 받은 귀한 피니 피가 묻은 이 천을 버리지 마시고 몸에 지니고 다니시다 또 이같은 사악한 마음이 생기면 자신을 바로 잡은 지표로 삼으십시오."라고 한다. 어사는 창피하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다가 새벽에 도망치듯 그 집을 빠져 나왔다. 요즘도 선비(정치인, 경제인, 교육인, 종교인)를 자칭하는 사람들 중에는 매서운 여인의 최초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맹물(성담)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