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님이 으슥한 산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장난꾸러기 귀신은 스님을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머리 없는 사람으로 변해 갑자기 스님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스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넌 참 좋겠다. 머리가 없으면 골치 아플 일도 없을 테니까." 머쓱해진 귀신이 이번에는 몸뚱이가 없이 팔다리만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래도 스님은 여전히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몸이 없으면 오장육부도 없어 큰 병이 날 일도 없겠구나." 귀신은 다시 손발이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 "손과 발이 없으면 도둑질을 하려 해도 할 수 없으니, 관가에 잡혀갈 일은 없겠구나." 스님을 놀려주려다 도리어 놀림만 당한 귀신은 곧 잘생긴 남자로 변해 스님의 발아래서 절을 하며 말했다. "스님은 정말 대담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스님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팔만대장경에 '숨어있는 참 향기로운 이야기' 에 나오는 것이다. 성인(聖人)은 비유나 방편으로 어리석은 중생들을 교화(敎化) 하니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은 인과법(因果法)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연기법(緣起法)과 인과법의 범위를 벗어남이 없으며, 그것은 다 현대과학으로 증명되는 것들이다. 그러니, 이런 이치를 잘 알고 누구나 마음과, 말과, 행동이 바르고, 남에게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