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사찰에 한 행자가 사찰 땅을 임대한 소작인에게 임대료를 받으려 갔다.
마침 그날이 농부의 회갑 잔칫날이라 젊은 기생들을 불러다가 지화자를 부르며
마을 사람들이 모두 술에 흠뻑 취해 있었다.
소작인이 행자를 반갑게 맞이하며 오늘같이 좋은 날 곡차나 한 잔 들어 보시라고 권하기에
행자가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그만 취하여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얼마쯤 지나 어렴프시 깨어보니 옆에 기생이 술 취해 자고 있는데 너무나 예뻐 보였다.
행자는 성욕이 발동해 그만 기생을 겁탈하고 겁이 나서
밖으로 뛰어 나오다가 병아리를 밟아 죽였다.
"이것 큰일 났구나!" 하며 죽은 병아리를 급히 감추려고 걸망에 집어넣었다.
그때 주인이 "병아리를 혹시 보지 못했습니까?"하고 묻기에
"못 봤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행자는 술로 인해 순식간에 5계(살생, 투도, 사음, 망어, 음주)를 다 범(犯)하고 말았다.
술 취하면 정신이 혼미해져 평소의 의지(意志)대로 행(行)할 수 없기에
욕망(欲望)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범행(犯行)을 저지르기 쉽다.
그래서 옛 성현들 말씀이 하나 같이 "술 취하지 말라!"고 하심은
술로 인해 방종(放從)하게 되어 연쇄적인 악업(惡業)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허선사(禪師)는 병을 고치기 위해 약술을 드셨는데
술을 자주 드셔도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도(道)를 통달하면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고 하니, 지금도 간혹 승복을 입고
도(道)를 통달했다고 자칭하는 이들이 술을 곡차라 하며 보란 듯이 마시는데,
이는 다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 방편을 일삼는 어리석은 중생에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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