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요(遼)나라에 '허유'라는 현명한 성인(聖人)이 있었다.
요나라 임금은 자신보다 더 훌륭한 허유에게 왕의 자리를 양보하려고
그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해와 달이 나와 있는데 횃불을 켠다는 것은 웃음꺼리고,
비가 오는 데 밭에 물 주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이 나라에는 허유라는 성인이 있는데
내가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니 허유에게 임금의 자리를 넘겨주겠노라."
그러나 허유는 임금의 자리를 사양했다.
"세상은 요(堯)임금님이 잘 다스려 태평성대(太平聖代)인데,
내가 만약 요 임금을 대신하다가 잘못되면
백성의 마음과 내 마음이 함께 아플 것이니 안 됩니다.
나는 임금의 자리가 탐나지도 않을뿐더러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허유'는 평소 새들은 숲속에 둥지를 지어도 나무가지 하나면 족하고,
큰 짐승이 강물을 마신다. 해도 자기 배가 차면 그만이라는
지족(知足)의 도리(道理)를 가르쳤다.
지족불욕(知足不辱)은 제 분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은 욕(辱)되지 않고,
지지불태(知止不殆)는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고 머무를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는 뜻이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은 자신의 분수를 알고 만족하면 평안하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존경받는 현명한 사람이라 했는데,
요즘 말 잘하는 정치인들은 임시 방편으로 거짓말을 자주하고
젊은 정치인은 예의(禮義)도 잘 모르고, 만족할 줄도 모르고,
머무를 줄도 모르니, 나이 많은 지성인들의 마음은 늘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