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한 노스님(老僧)이
천수(天壽)를 다하고 열반에 들게 됐다.
수많은 스님이 지켜보는 데서 스님은 마지막 유언(遺言)을 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아무런 한 일도 없고 그냥 떠나니,
내 이름을 이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다.
누가 내 이름을 지워주겠는가?"
스님들이 노스님에 유언을 들어 드리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다.
제자들 기억 속에 잠재해 있는 유명한 큰 스님의 이름을
어떻게 다 지운단 말인가?
모두가 방법을 찾느라고 지혜를 짜는데,
어린 동자승이 누워있는 큰 스님에게 다가가서
"스님은 누구세요?"하고 물었다.
노스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네가 내 이름을 지워줘서 고맙구나." 하며 조용히 열반에 들었다.
인간은 오욕락(식욕, 성욕, 재물욕, 명예욕, 수명욕)의
본능이 있는지라.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며,
자신의 명성(名聲)을 세상에 남기려고 글을 쓰고 자화상을 만들고
돌이나 쇠붙이에 이름을 새겨두기도 한다.
그러나 도(道)를 깨친 분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 세상에 와서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식물과 동물)을
희생시키며 살아온 악업(惡業)의 흔적이 남아있기에 그것을
참회하며 깨끗이 다 지우고 싶은 거룩한 마음이다.
법정 스님도 "이 세상에 말빚을 지고 싶지 않으니,
내가 쓴 책을 더는 출판하지 말라."고 유언하셨다.
무소유(無所有)의 청빈한 삶을 살으셨지만 이 세상에 왔다 간
흔적이 없이 영원히 깨끗한 무아(無我)이고 싶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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