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 지눌 스님에게는 누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은 동생의 도력(道力)만 믿고 수행(修行)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님! 열심히 불법(佛法)을 배우시고 염불(念佛)하셔야 극락(極樂)에 갑니다."
"나는 안 해도 된다네 내게는 부처님같은 훌륭한 동생이 있으니
나 하나쯤이야 극락으로 보내 주지 않겠는가?"
보조국사는 말로서는 누님을 깨우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어느 날 누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진수성찬을 차려 놓았다.
마침 누님이 들어오시는 것을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오셨어요, 앉으세요." 하고는 혼자서 식사를 맛있게 하고는 상을 치웠다.
전에 없던 일이라 누님은 섭섭하고 노여운 감정을 참을 수 없어
"자네가 이럴 수 있나? 몇 십리를 걸어온 나에게 밥상을 앞에 두고
먹어 보라 말도 안 하다니." 하면서 화를 내며 돌아가려고 하신다.
"누님, 제가 지금 이렇게 배가 부른데 누님은 왜 배부르지 않습니까?"
"자네가 혼자서 먹었는데 어찌 내 배가 부르겠는가?"
"제가 도(道)를 깨쳤으니 누님도 제도(濟度) 된다고 믿고 있지 않으십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밥은 몸속으로 들어가고 염불은 마음으로 하여
정신이 극락을 가는 것인데 밥 먹고 배부른 것과 다른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제가 음식을 먹어도 누님이 배부르지 않듯이,
불법을 직접 배우고 수행하며 염불하는 사람만이 극락에 갈 수 있으니,
누님이 극락에 가고 싶으면 누님이 직접 수행하고 염불하셔야 합니다.
죽음도 대신 하지 못하는 것처럼 극락이나 천국은 대신 갈 수 없습니다."
이 말에 보조국사 누님은 크게 깨달아 열심히 염불 수행을 하셨다고 한다.
사후(死後) 세계에 대한 믿음과 진리는 다른 것이다.
삼세(三世=前生, 現生, 後生) 인과(因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고,
지향(志向)하는 것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내세(來世)에 가고싶은 곳으로 가려면 양심(養心)에 걸림이 없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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