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스님을 시봉하는 어린 사미승인 '진성'은 나무하려 산에 자주 가는데,
가끔은 사하촌(寺下村)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배워
재미있게 부르기도 하였다.
"저 산에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에 저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진성스님이 부르는 이 노래 소리를 듣고 다른 스님들은
그런 노래는 속가에서나 부르는 것이니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꾸짖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만공스님이 들으시고는
"거 참~! 좋은 노래다 잊어버리지 말거라"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왕가의 상궁과 나인들이 수덕사에 내려와
만공스님께 법문을 청하였다.
만공스님은 법문을 시작한다며 어린 진성 시자에게
딱따구리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진성시자는 중생을 제도하는데 자신도 한 목 한다는 마음으로
목청을 가다듬어 신나게 불렀다.
듣고 난 왕궁의 시녀들은 모두가 민망하고 쑥스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는데
만공스님은 "오늘 법문은 이것으로 대신 합니다" 하셨다.
스님께서는
"마음이 밝은 사람은 딱따구리 법문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나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서 한 낱 추잡한 잡념만 이르킬 것입니다.
원래 참 법문은 아름답고 더럽고 추한 경지를 넘어선 것입니다.
범부 중생은 부처와 똑 같은 불성(佛性)을 갖추고 있어
부처로 나갈 수 있는 구멍을 뚫을 수 있는데 어리석어 못 찾고,
그 구멍 뚫는 법을 가르쳐 주어도
못 뚫으니 멍텅구리가 아닙니까?" 하셨다.
진리는 지극히 가까운데 있다.
대도(大道)는 막힘과 걸림이 없어 원래 훤히 뚫린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가까운데,
이 뚫린 이치를 못 찾는 세상 사람들을 일깨우는 유명한 법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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