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 고을의 자사인 '배휴'가 용흥사를 방문했는데
대중은 모두 탁발을 나가고 행자가 그를 맞이하였다.
'배휴'는 용흥사를 둘러보더니 법당에 걸린 그림을 보고
행자에게 물었다.
"누구의 초상인가?"
"고승의 초상입니다."
"그럼 저 고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행자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배휴는 거만하게 "이 절에는 선승(禪僧)도 없는가?" 한다.
"지금은 모두 탁발을 나가시고 객승 한분만 계십니다.
그분이라도 제가 모시고 오겠습니다."
행자가 모시고 온 객승은 '황벽선사'였다.
배휴는 "이 그림을 보니 모양은 근사한데 누구의 초상이오?"
"고승의 초상입니다" 배휴도 행자와 똑 같이 대답했다.
"지금 그 고승은 어디에 있소?"
그러자 '황벽선사'는 배휴에게 바싹 다아가서
"배휴야~!"하고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 "예!" 하고 대답하는 '배휴'에게
"지금 소리는 어디에 있느냐?"
그때서야 '배휴'는 '황벽선사' 앞에 무릎을 꿇고
제자의 예를 올렸다 한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어
조금씩, 조금씩 변하며 사라진다."는 진리 을 깨우처 줌이 아닐까?
-------맹물(성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