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온갖 사물 및 대상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 또는 분별심이 없으나 내가 이름을 불러 줄 때, 가치를 매겨줄 때, 특정한 방식으로 인정 할 때, 비로써 내가 인식(認識)한 데로 반응(反應)을 해 온다. 그러니 어찌 우리는 한평생 우리 스스로가 편집적(編輯的)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 즉 내가 본 눈으로, 내 생각으로, 내 인식으로 만들어 놓은 환영(幻影)의 세상 속에서 푹 빠져서 울며 웃고, 기뻐하고 겁내고, 고통스러워하며 또 치열하게 살다가 가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세상은, 사물은, 또는 모든 대상(對相)은 그냥 그렇게 존재할 다름인데, 말 그대로 꽃은 꽃이고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인데 말이다. 금강경에 보살이 사상(四相=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을 갖고 있다면 보살(菩薩)이 아니라 했다. 나는 이렇다, 또는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의식적(意識的)으로 만든 자아(自我)를 버릴 때 진정 자아(自我)를 만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사리불(舍利佛)이 "깨달음은 언제 오느냐?"고 물었을 때 천녀(天女)가 "그대가 정작 범부와 다름없게 될 때" 라고 했다. 자신의 지식을 내 세워 깨달음에 집착하는 자는 어림도 없다는 말이 아닌가? -------맹물(성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