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피안(善惡의 彼岸)호반별장

선도 버리고 악도 버려라. 그것은 네 마음이 만든 것이니라.

본래 고요의 땅에 생명의 빛이..............

일분 법문

떠 맡은 제사

맹물훈장 2015. 9. 25. 20:54

늦 가을 해질녘 개나리 못짐을 지고 지친 모습으로 찾아온 나그네가 있었다. 그는 주인에게 하룻밤 묵어가기를 간곡히 부탁하기에 인심 좋기로 소문이 난 주인께서는 쾌히 승낙을 하였다. 길손과 겸상을 하여 저녁을 먹은 후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로 밤이 깊어지자 나그네가 하소연을 한다. 그는, 오늘이 아버님 기일(제사 날)인데 먹고 살기에 바빠 떠돌다 보니 집에서 제사상도 못 차리게 되었으니 이런 불효가 어디 있겠냐? 고 자책을 한다. 그리고는 주인장이 선처를 베풀어주시면 이곳에서라도 잠시 제사를 지내고 싶다고 한다. 인심 좋은 주인장은 가엽은 마음으로 안방을 내어주고 사랑방에서 기다렸다. 나그네는 무척 고마워하며 제사를 준비하기에 바쁘다. 주인은 제사가 끝나면 모처럼 맛있는 제사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오래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어 안방에 들어가 보니 제사상만 차려놓고 나그네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기에 남의 제사 음식을 그냥 먹기로 그렇고 하여 정중하게 잔을 올리고 절을 두 번 하고 제상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살다보니 별 일도 다 있구나 하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꿈에 인상이 험악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이놈아! 너는 왜 내 제삿날을 모른 체 하는 거냐? 당장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내가 너희 집안을 그냥 놔두지 않겠다!" 라고 하며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생각해 보니 지난해 제사상을 차려놓고 도망간 나그네가 생각이 난다. 그가 자기 조상님의 제사를 나에게 떠넘기고 달아났구나! 이제 와서 그 자를 찾을 수 도 없고 하여 주인은 할 수 없이 억지로 떠 맡은 제사지만 매 년 정성껏 지냈더니 마음이 평안하고 차츰 재산이 일어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주는 것을 덕있는 사람이라 하는데 하물며 나와 인연이 있는 돌아가신 영혼을 편하게 하여 주려는 마음에 어찌 축복이 없겠는가? 곧 추석이다. 추석 명절의 의미는 햇 곡식과 과일이 풍부한 계절에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정성껏 제를 지내며 화합하는데 있다. 매년 그 혼잡한 귀성길에도 고향을 찾는 젊은이들의 효심이 있는한 동방 예의지국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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