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숙종대왕이 선비 차림을 하고 홀로 수원 쪽으로 민정 시찰을 나갔다. 말을 타고 천천히 냇가를 지나는데 저만치 에서 어느 농부가 지게에 관을 짊어 놓고 냇물 가에 땅을 파는 게 아닌가. 숙종대왕이 이상히 여겨 가까이 가서 물어보았다. "뭐 하고 계십니까?" 농부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젊어서 홀로되신 어머니가 중병으로 10년을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너무 가난하여 약도 한 첩 못 써서 마음이 아프며 지관을 부를 처지가 못 되는데, 저 산 밑에 사는 갈 거사가 찾아와 이곳이 명당이라 일러 주기에 홀로 장례를 지내려고 한단다. 숙종대왕이 생각해 보니 순박한 농부는 효성이 지극한데, 갈 거사란 자가 괘심해 보였다. 장마가 나면 다 떠내려갈 냇가에 묘 터를 잡아주다니... 즉석..